어느덧 데뷔 8년 차를 맞은 배우 강태오(26).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가 기대되는 신인배우, 유망주로 불렸지만 대중의 눈에 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강태오는 장르 가리지 않고 ‘열일’했고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2019년, 강태오는 KBS2 ‘조선로코-녹두전’ 속 순정남 율무로 등장했다. 그저 착해 빠진 서브남에 그칠 줄 알았던 그의 캐릭터는 ‘흑화’를 거듭하며 훗날의 인조가 된다는 반전까지 안겨줬다. 강태오의 재발견이라는 대중의 극찬 속에서 강태오는 2020년,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돌아왔다. JTBC ‘런 온’의 미대생 ‘영화’로 풋풋한 로맨스를 그리며 연기력에 대한 박수는 물론이고 여심까지 사로잡을 계획인 강태오. 소나무처럼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대한 대답은 지금껏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연기를 해온 그의 시간이 보여주고 있었다.
12월 방영 예정인 ‘런 온’에 출연 예정이죠. 어떤 캐릭터를 맡았어요? 극 중 ‘이영화’란 역할을 맡았어요. 그림을 잘 그리고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미대생인데 성격이 정말 솔직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예의가 없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죠. 하지만 솔직할 뿐이지 나쁜 사람은 아녜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순수하고 말랑말랑한 인물이라고 느꼈거든요.
‘영화’와의 공통점도 좀 찾았어요? 일단 크게 다른 점이 있어요. 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요(웃음). 잘 그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 지인 중에 화가가 있으셔서 미술 전공생 연기에 도움 받고자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저와 비슷한 점을 꼽자면 영화의 솔직한 성격이 실제 제 모습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느끼죠. 솔직하면서도 속 깊은 곳엔 그렇지 못한 소심한 부분도 있어요. 모든 사람이 누구나 그런 성향이 조금씩은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감독님께서 캐릭터에 제 본연의 모습을 담았으면 좋겠단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더 영화에게 제 본 모습을 녹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을 준비하며, 스스로를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됐네요? 맞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전 아직 저 자신을 잘 모르겠어요. 하하. ‘나는 누구인가. 내 어떤 모습이 캐릭터에 스며들면 괜찮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자기 관찰을 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며 상황을 마주했을 때 그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작품에 들어갈 때 세심한 부분까지 계획하는 스타일인가요? 평소 연기를 준비할 때는 세밀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완벽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그러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하기보단 순간의 감정을 믿고 때 맞춰 행동해요. 이전부터 계획하거나 준비했을 땐 늘 실수가 생기거나 생각했던 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상황과 상대방의 연기 등을 보면서 느끼고 표현하는 연기 방식이 제 성격과 잘 맞아요.
오랜만에 설레는 쌍방 로맨스를 시작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기도 할 것 같고요. 아직 대본이 끝까지 나온 건 아니라 저도 영화의 결말은 잘 모르지만, 일단 무엇이 됐든 제 캐릭터가 가진 감정선에 대한 피드백이 있으니까 좋아요. 전작에서는 감정을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오는 게 없어서 외로웠는데,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새롭고 좋더라고요(웃음). 매회 대본을 받는 게 굉장히 설렐 정도예요.
함께 하는 배우들과 합도 잘 맞겠죠? 이번 작품도 함께하는 동료 배우 분들과 금새 친해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어요. 특히 (임)시완 형과 (최)수영 누나와 작품 외적으로도 시간을 내서 자주 작품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낯가림이 심해서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하는데 다들 편하게 다가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얼마 전 공개된 저희 작품의 티저 영상을 봤는데 말 그대로 솜사탕 같았어요. 너무 달달하고 사랑스럽고 포근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어떤 분위기로 그려질 지 실감이 안 났었는데, 영상을 보니까 ‘내가 이런 작품을 만나게 됐구나’란 생각이 들며 슬슬 실감 나기 시작했어요. 연기하고 모니터링도 하지만, 촬영과 편집을 거친 후에 어떻게 나올 진 모르니까 기대가 많이 되고 설레요.
전작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에서는 차율무(인조) 역을 맡아, 상반된 얼굴을 보여 줬다는 평이 많았죠. 이번 작품에서는 강태오의 어떤 남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겉바속촉’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연기는 어렵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어렵게 느꼈어요. 극 속에서 영화가 상대방을 대하는 분위기나 태도가 굉장히 다양해요. 누군가에겐 거칠게, 누군가에겐 귀엽게…. 다채로운 모습이 있지만, 어찌 됐든 한 명의 동일 인물이잖아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개연성 있어 보이고, 어색하지 않게끔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인데 그 차이가 너무 크면 이질감이 느껴질 것 같아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어요. 지금도 연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걱정이 떠나질 않는데 잘 봐주셨음 좋겠어요.
데뷔 8년 차이지만, 전작인 ‘녹두전’을 통해 더 많이 이름을 알렸고, 이번 작품이 어찌 보면 배우로서 그 힘을 이어나갈 절호의 찬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후속작 선정이나 캐릭터 선정 등에 있어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녹두전’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 점은 너무나 감사해요. 그래도 전작에 대해선 신경을 크게 쓰지 않으려고 해요. 사실 저는 이미 작품 할 때마다 부담감을 느끼거든요. ‘녹두전’과 ‘런 온’은물론이고 이전부터 매번 느껴왔어요. 새로운 작품을 맞이할 때 설렘도 있지만 부담감을 갖고 시작해요. 연기는 스스로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그 속에 찬스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작가님이 쓰신 글 안에 제가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찬스 장면이 있잖아요. 부담감과 불안감 속에서 그 찬스를잘 살리고 싶어요. 전작과는 극 중 캐릭터가 상반된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두 작품의 결이 비슷하면 연기적 고민이 굉장할 텐데, 이번엔 다행히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의 상반된 캐릭터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걱정을 덜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죠.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왔죠. 일편단심으로 하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자신감과 패기가 넘쳤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펑펑 울 정도로 감동을 받았어요. 이 영화를 계기로 연기자의 꿈을 가졌고, 연기자가 될 거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 자신감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마침 그때 학교 연극부가 만들어져서 소극장 공연을 경험하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청소년 영상 제작 동아리를 만들어서 출품할 단편 영화를 찍기도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기획사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 접수해서 보러 다녔고요. 그러다 운이 좋게 합격도 했죠. 물론 부모님께선 제가 중학생 때 부터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연기 수업을 받고 싶다는 말에 반대하셨죠. 하지만 제 막강한 고집은 꺾이지 않았고 혼자서라도 열심히 해서 합격을 이뤘어요. 이후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어요. 지금은 저보다 더 제 촬영에 관심이 많으셔요. 촬영 전날 얼굴 부을까봐 짠 음식을 먹지 말라는 충고도 해주시고요 (웃음). 모니터링도 꼼꼼히 해주시며 저보다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강태오에게 배우로서 큰 의미를 만들어 준 작품이 있었다면. 매 작품이 늘 그랬지만, 꼽아 본다면 해외에서 촬영한 드라마 VTV ‘오늘도 청춘’이에요.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합작 드라마인데 몇 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촬영 당시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웠어요. 타지에서 촬영하며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거든요. 상대 배우는 베트남어로 이야기 하고 저는 한국어로 연기했고요. 그래서 베트남어로 이야기하는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빠삭하게 외웠어요. 그럼에도 한 번에 못 알아듣기 때문에 표정이나 눈빛을 더 열심히 관찰하고 공부하게 됐죠. 나중에는 상대방이 어떤 뉘앙스로 연기하고 어떤 걸 원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베트남에서 촬영하는 그 시간이 굉장히 의미 있었고 덕분에 연기자로서 제 자신이 한층 더 성장했다고 느껴요.
배우로서 지향점이 있다면요. 소나무처럼 한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길게 그리고 묵묵히 대중 분들께 얼굴 비추고 익숙하게 오래동안 연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