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한데요” 한마디에 대한민국이 뒤집혔다. ‘댕댕미’ 넘치는 훈훈한 외모에 스위트한 말투, 치명적인 유죄 눈빛을 장착한 채 안방에 날아든 ‘폭스남’ 강태오(28).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데뷔 9년 만에 ‘국민 남주’로 떠오른 강태오를 향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전작 필모 도장 깨기는 기본. 데뷔 초창기 ‘베트남 프린스’ 시절부터 댄스 영상 등이 강제 소환되는가 하면, 심쿵 명장면 모음집과 패러디 짤 영상이 빠른 속도로 퍼지며 밈으로 떠올랐을 정도. 뜨거운 인기의 달콤함을 느낄 새도 없이 ‘우영우’를 끝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제야 막 꽃을 피운 이 배우에 대해 우리는 아직 궁금한 게 참 많은데 말이다. 대한민국 여심이 너도나도 곰신 신게 생겼다.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 꽃신 신겨줄, 강태오의 2막이 몹시 기다려진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화보 그 자체였어요. ‘강폭스’가 확실하던데요. 하하. 긴장 많이 했는데, 잘 나왔나요? 촬영 초반에 엄청 떨었는데, 스태프분들이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셔서 몸이 빨리 풀렸어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재밌게 촬영했습니다.
안방 여심이 ‘강태오 앓이’에 빠졌어요. 데뷔 9년 만에 맞은 최고 전성기지요. ‘우영우’가 이렇게 잘 될 줄 예상했어요? 배우들끼리 방송 시작하기 전에 ‘우리 드라마 어떨 거 같아?’ 하고 서로 얘기를 나눴었어요. 모두가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읽어서 “잘 될 것 같아!” 하면서 되게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 정도로 큰 사랑을 주실 줄이야. 하루하루가 다르게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셔서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어요.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이게 진짜인 건가, 혹시 꿈은 아닐까 싶고.
‘국민 남주’로 떠오른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지요. 지인들이 연락을 많이 줘요. 막 SNS에 저와 관련된 짤이나 영상, 사진 같은 게 많이 돌아다닌다고. 그럴 때 많이 느껴요. 우리 드라마가 진짜 잘 됐구나, 하고요. 근데 이상하게 제 인스타 계정에는 제 영상이 안 뜨더라고요. 저도 뜬 거 좀 보고 싶은데 말이죠(웃음).
강태오가 아닌 이준호는 상상이 안 되는데, 이 역할 캐스팅을 위해 한 달 넘게 기다렸다면서요. 이토록 이준호 역에 끌린 이유는요? 제가 속독을 잘 못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굉장히 천천히 읽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우영우’ 시나리오는 미친 듯이 빠져서 호로록 읽었어요. 대본을 처음 보자마자 그림이 그려졌어요. 만화처럼 색깔도 떠오르고 장면 장면이 막 머릿속에서 펼쳐지더라고요. 사실 이준호가 아닌 어떤 인물이어도 좋으니,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 미팅하고 몇 주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기다렸어요.
본캐 강태오와 ‘우영우’ 속 이준호 역의 싱크로율은? 실제 성격과 준호는 다른 점이 더 많아요. 준호는 되게 섬세하고 인기남이고 모든 사람에게 다정다감하고 나이스하고 센스 넘치는 친구인데, 사실 저는 그렇지 못해요. 준호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나름대로 디테일하고 섬세하려고 노력하는데, 사실은 되게 둔하고 단순한 편이거든요. 준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 많았어요. 느끼해 보일까 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눈빛이나 말투를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면서도 다정다감함을 부각시킬 수 있을까, 연구를 많이 했어요. 말투도 진하지 않게 공기를 섞어 말하고, 최대한 드라이하게 하려고 했어요.
0.9%로 출발해 한 달 만에 15배 이상의 시청률을 찍어내는 걸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시청률에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작품 할 때마다 매일 시청률을 찾아보진 않았어요. 시청률이 잘 되면 좋은 거지만, 낮게 나왔다고 해서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에요. 근데 ‘우영우’는 좀 많이 놀랐어요. 신생 채널에서 방송을 한 건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잖아요. 정말 정말 감사한 일이죠.
현장에서 즐거우면 작품도 잘 되는 경우가 많던데,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말해 뭐해요. 대화 코드라고 해야 하나, 서로 그런 게 진짜 잘 맞았어요. 너무 수다를 많이 떨어서 서로 “이제 진짜 집중하자” 이런 말을 했을 정도로 대화가 끊이질 않았어요. 별 얘기도 아닌데 서로 꺄르르 웃고 장난치고 막 그랬어요. 분위기가 워낙 좋다 보니, NG를 내도 그게 애드리브로 살아나는 장면들도 많았어요. 특히 정명석 변호사님(웃음).
이준호도 애드리브 섞은 장면이 있었을까요? 혹시라도 선을 넘을까 봐 최대한 애드리브를 자제했었는데, 행동적인 애드리브는 몇 개 있었어요. 영우가 문을 열고 3초를 셀 때 뒤에서 같이 초를 센다던가, 회식하다 건배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영우의 팔이 안 닿는 것 같아 잔을 슬쩍 부딪혀준다던가 하는 장면이요.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연기에 몰입하다 툭툭 나온 행동인데, 그걸 감독님께서 따로 따주셨더라고요.
배우들끼리 단톡방이 있다고 하던데, 서로 무슨 얘기 나눠요? 별 얘기 안 해요. 막 서로 웃긴 사진도 찍어 올리고 뭐 먹는지 공유하고 그래요. 가끔씩 누군가 맥주 한잔하고 있다고 사진 공유하면, 다 같이 맥주 사진 올려서 즉흥 랜선 술자리도 갖고. 아, 그리고 SNS에 단체 사진을 올리고 싶으면 그 톡 방에서 컨펌을 받아야 해요. 누군가 사진이 맘에 안 든다 하면 “기각합니다” 하고 답장을 보내는데, 그럼 그 사진은 세상에 나오지 못해요. 진짜 친구들끼리 톡 주고받듯이, 거리낌 없이 장난치고 대화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서로 SNS에서 댓글도 많이 달고요.
인스타 댓글을 ‘싸이월드st’ 감성으로 다는 편이던데. 팬들이 이준호에 입덕했다가 “퍼가요~”, “무단침입죄” 댓글에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있다는 후문이 있어요. 하하하. “퍼가요~”는 요즘도 많이 쓰는 말 아닌가요? 말도 없이 사진을 가져가면 그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달았던 건데…. 제 안에 아재 감성의 피가 좀 흐르는 걸까요. 오늘부터 유행어 공부 바로 들어갑니다. 앞으로 댓글 쓸 때 좀 더 신중히 달아야겠어요. 멀어지지 말아 주세요(웃음).
박은빈 배우와의 케미도 안 물어볼 수가 없어요. 그냥 감탄만 나왔어요. 연기자로서 대선배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경험치와 노련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더라고요. 누나와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고 존경하는 부분이 많아요. 우영우 역을 연기하면서 정말 고생 많이 했을 텐데도, 누나는 항상 웃어요. 힘든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 중 그 누구도 감히 힘든 기색을 보일 수가 없었어요(웃음). 대사도 압도적으로 많고 제일 힘든데도 맨날 웃고 있는 영우를 보면서 “영우를 봐, 우리는 더 웃고 있어야 돼” 하면서 더 으샤으샤 힘냈던 것도 있어요. 늘 듬직한 모습으로 이 작품의 중심이 되어줬죠.
고래 커플의 키스신도 화제가 많이 됐죠. 애정신도 있었고 키스신도 있었는데, 되게 어렵고 조심스러웠어요. 혹시라도 상대 배우가 기분 나빠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누나가 먼저 쿨하게 이끌어줘서 고마웠어요. 누나를 믿고 표현하고 싶은 만큼 잘 표현해 보자 했는데, 누나가 정말 잘 받아주더라고요. 서로 합이 워낙 좋아서 NG도 거의 없었어요. 덕분에 준호의 사랑스러운 감정들을 잘 표출할 수 있었죠.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 편인지. 친구처럼 재밌게 연애하는 걸 추구하는 편이에요. 뭐든 즐겁고 행복한 게 좋잖아요. 연애할 때도 최대한 즐겁고 좋은 기운을 상대방에게 주려고 해요. 연애를 하면 제가 갖고 있는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은 맘이 커서, 최대한 함께 행복하게, 재밌게, 편하게 친구처럼 연애하는 게 좋더라고요.
이준호 역을 강태오의 인생캐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요? 준호는 단연 제 인생캐죠. 이 캐릭터를 만난 덕분에 이토록 큰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우영우’는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도약점이 되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댓글이나 반응은 찾아보는 편이에요? 재밌는 팬분들 댓글이 많던데요. 직접은 잘 안 찾아봐요. 혹여 악플을 보게 되면 상처를 많이 받게 될 것 같아서, 그게 연기할 때 영향을 끼칠까 봐 조심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촬영할 때 댓글이나 반응 찾아보는 건 자제하는 편이에요. 대신 주변에서 재밌는 댓글이나 반응들을 막 찍어서 다양하게 공유해 주고 있어요. 특히 어머니가 스크린샷을 많이 찍어서 보내주세요. 어머니가 영상이랑 댓글 이런 거 엄청 찾아보시거든요. 그런 거 찾아보시는 걸 행복해하고 좋아하세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기쁘고 행복해요. 폭스 관련된 별명도 재밌고, 사극에 출연했을 때 화제가 됐던 ‘훗날의 인조’도 패러디한 것도 진짜 신기해하면서 봤어요.
‘우영우’에선 꽁꽁 가리고 나와서 섭섭했지만, 워낙 몸 좋은 배우로 손꼽히잖아요.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는 편인지. 몸 관리는 좀 꾸준히 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워낙 말라서, 지금 몸을 키우는 데 더 신경 써요. 집에서 맨몸 운동을 주로 해요. 턱걸이라던가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많이 해요. 근데 몸이 잘 커지는 편이라 작품 활동 중에는 일부러 운동을 자제하려고 해요.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고 어깨를 키우면 승모근이랑 목이 두꺼워지는 편인데, 목부분 근육을 너무 키우면 TV에 안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할 땐 근육을 줄이고, 작품 끝나고 쉴 때 다시 운동해서 몸을 키우는 편이에요.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재밌던데요. 초딩 때부터 ‘관종기’가 흘러 넘쳐 연예인이 꼭 되고 싶었다고요. 지금은 성격이 좀 변했는데, 어릴 때는 내가 누군지 알리는 걸 좋아했어요. 목소리도 엄청 크고, 시끄럽고, 모두가 저를 바라봐 주는 걸 좋아하는 친구였어요. 수학여행 가면 꼭 무대에 오르는 친구 한 명씩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웃음).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연극부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때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선보였는데, 모두가 나에게 집중해 주고 박수를 쳐주는 거예요. 그때의 희열은 말로 다 못해요. 이 뜨거운 박수갈채와 스포트라이트. 아, 이건 날 위한 직업이구나, 싶었어요. 처음엔 연극배우를 꿈꿨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드라마도 찍고 TV에 나오고 있네요.
초등학생 때부터 한 우물만 판 거네요. 어릴 적 꿈꿨던 배우의 모습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나요? 조금씩 조금씩 그려지고 있는 거 같아요. 중고등학생 시절 단편 영화 찍고 그럴 때, 언젠가 나도 레드 카펫을 밟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지금 그런 시상식 무대에도 서 보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아직 완전히 꿈을 이뤘다고 할 순 없지만, 조금씩 꿈꿔왔던 걸 실현해 나가고 있는 거 같아서 신기해요. 한편으론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해요.
연기도 연기지만, 춤에 유독 진심이던데. 연예계 댄싱머신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춤에 대해선 할 얘기가 많아요. 저 진짜 해명하고 싶어요(웃음). 많은 분들에 제가 춤에 진심인 걸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 나가서 춤추는 거 정말 안 좋아해요. 너무 민망하고 부끄러워요. 그룹 서프라이즈로 활동할 때 각자 미는 게 있잖아요. 다섯 명 다 춤을 못 추는데, 그중에선 제가 그나마 덜 몸치라 댄스 담당이 돼버렸어요. 춤에 자신 있고 잘 춰서 보여드린 게 아니라, 피할 수 없다면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하는 맘으로 춘 거거든요. 어쨌든 춤추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강태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말이 있어요. 데뷔 초창기 노안으로 불리던 시절을 지나, 이젠 연하남 역도 척척 맡는 ‘동안 배우’가 됐잖아요. 하하하. 다들 오히려 지금이 더 젊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가끔씩 과거 사진 보면 제가 봐도 나이 들어 보여서 깜짝깜짝 놀라요. 성형 같은 거 안 했거든요. 가끔 경락 숍이나 피부과 이런 데 가서 관리를 받긴 하는데…그래서 그런가?(웃음). 더 젊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니까 기분은 좋더라고요. 중고등학생 당시 또래에 비해 나이가 들어 보였던 것도 한편으론 기분 좋았었어요. ‘성숙해 보인다는 표현 아니겠어?’ 하면서 자기 합리화했던 거 같아요.
‘우영우’로 인생작 찍자마자 군 입대라니, 이렇게 가버리면 정말 많이 섭섭한데요.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신 만큼 예능이나 다른 콘텐츠로 인사를 많이 드리고 싶은 맘이 컸는데, 그 모습을 미처 다 보여드리지 못하고 가게 되는 점이 아쉬워요. 그래도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군대에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잖아요. 더없이 행복하고 뿌듯해요. 그동안 저를 잊지 말아주시고, 더 어른스러워지고 철든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 기대해 주세요.
데뷔 후 지금껏 한 번도 쉰 적 없잖아요. 그래서 더 공백기에 대한 부담감이 클 거 같은데. 작품 끝나고 한두 달 이상을 쉬지 못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1년 6개월 이상의 공백기가 생길 텐데, 사실은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어요. 많이 조급해하고 있었는데, 먼저 다녀온 서인국, 이수혁 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오히려 그 시기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될 거라고, 지금은 모르겠지만 가보면 알 거라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그래서 걱정은 없어요. 남자답게 다녀와서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함께 활동했던 서프라이즈 멤버들이 군 생활 중이에요. 군 입대 앞두고 있는 만큼 멤버들이 조언도 해줬는지. 서프라이즈 멤버들 단톡방이 있는데요. 조언을 딱히 해준다기보단, 멤버들이 다 군 생활 중이니까 군대 용어를 막 쓰더라고요. 사실 저는 무슨 뜻인지 잘 못 알아들었어요. 그냥 곧 가면 알게 되겠지, 했죠(웃음). 아, 톡 주고받다가 뇌리에 굉장히 강하게 박힌 말이 하나 있었어요. 저도 이제 갈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어요. 그러다 (서)강준이 형이 상병을 달았다고 하길래, 벌써 절반이 지났나 싶어서 “벌써 상병 달았냐”라고 물어봤다가 아주 호되게 봉변 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형이 “여기는 하루가 1년이다”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게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이렇게 기쁜 맘으로 입대를 하게 돼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해요. 한편으로는 잊히면 어쩌나 걱정도 돼요. 건강히 잘 다녀와서 더 멋지고 매력 있는 모습으로 찾아뵐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후딱 다녀오겠습니다(웃음).